윤정 

마녀를 위하여(청어람, 2004)

“설마, 니엘…… 왕위를 노리고 있는 건가?”“글쎄.”

“바른대로 말해. 에르기아를 어떻게 할 참이야?”

“어떻게라니?”

그는 비꼬인 웃음을 머금었다.

“어, 얼굴을 망친 복수를 할 참인 거냐? 설마 에르기아에게 복수라도 할 참이야?”

“글쎄.”

희미하게 냉소를 머금은 니엘의 얼굴은 희미한 달빛에 비쳐 더 더욱 끔찍해 보였다. 한쪽 얼굴은 놀랄 정도로 아름답고, 다른 쪽 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악마의 얼굴이다. 웃음을 지으면 더 더욱 섬뜩했다. 데릭은 공포감을 느꼈다.

“너, 너를 괴롭힌 것은 코넨 왕이지 에르기아가 아냐. 그리고 에르기아와 너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아.”

“어리석은 소리. 에르기아는 이미 내 것이다.”

발끈해진 데릭이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니엘이 후려치자 흥분한 탓인지 금세 나자빠지고 말았다. 완력의 차이가 워낙에 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데릭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검자루를 쥔 채 재빨리 튕겨 일어나 검을 뽑아 들었다. 챙 하고 슴속성이 울렸다.

“그 빌어먹을 놈의 앞에서 에르기아와 결혼할 거야. 비참하게 일그러지는 그 얼굴에 대고 침을 뱉어줄 테다. 그리고 왕이 되겠어. 나를 경멸하던 그자를 짓밟고, 그렇게나 내게 내주지 않으려 했던 에르기아를 품에 안고 왕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