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물 

오스만 제국을 중심으로 십자군 전쟁, 콘스탄티노플의 함락 등 역사의 한 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술탄이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말합니다. 술탄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그들의 하렘입니다. 게이/이성애 로맨스를 불문하고 하렘 특유의 역할과 기능에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집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을 자궁으로 보는 중세 이슬람의 시각이나 술탄 한 사람만을 위해 만 명이 희생하는 궁극의 장소인 하렘은 질색이지만 로맨스적 시각에서 보면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신의 대리인으로 종교적, 정치적으로 절대 권력을 가진 자(비슷한 시기의 유럽은 황제와 교황으로 권력이 나누어져 있었음)와 인격을 무시당한 자의 연애는 신데렐라 플롯의 전형이며, 제대로만 풀어내면 카타르시스가 엄청납니다. 역사적 고증과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 후계자 생산과 하렘의 해체, 두드러진 롤모델의 존재와 캐릭터의 차용 등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이번 테마리뷰에서는 하렘물의 감상 포인트와 대표작의 특징 및 독자로서 갖추어야 할 상식을 다루었습니다. 대상작은 아래의 표로 정리했습니다. 이후 작가명은 생략하고 제목만 언급하겠습니다. 

1. 역할과 기능

후계자가 될 아들을 낳는 것이 하렘의 궁극의 역할이었습니다. 여자들은 전부 술탄의 노예이며 존중받는 여성은 술탄의 아내도 아니고, 술탄의 어머니 한 사람 뿐입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노예 부류는 아마도 하렘 여성들일 것이다. 이슬람에서는 모두를 동등하게 대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 한 남자가 네 명까지 아내를 둘 수 있었다. 또한 그 외에 다른 여자들을 첩으로 둘 수 있었다. 보통의 상인이 한두 명을 둘 수 있었던 반면에 부유한 통치자는 수천 명의 하렘 여성들을 거느릴 수 있었다.

- 《끝나지 않은 노예의 역사》. 마조리 간, 재닛 윌렛 지음 ; 전광철 옮김. 스마트주니어. 2012. 56-57 p. -

이 이슬람의 나라에서 여자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건,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어도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가 있다. 남자에게 평생을 종속되어 살아가는, 인간이되 남자가 가지는 인간적 권리를 반 이상도 갖지 못하는 여자들의 삶이란, 오로지 자신이 결혼한 남자의 씨를 받아 아들을 낳았을 때만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죽을 지도 모르는 산고의 고통을 이기며 자신의 생살을 찢고 아들을 낳아 그 집안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 후에 자신이 낳은 아들의 공경을 받음으로서. - 《Sultan 2》 232 p. -

예니시아는 잠시 레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레살은 놀랍게도 진심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술탄이 될 태자에게 정절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태자는 술탄이 될 것이고 그는 하렘의 주인이 될 것이다. 술탄의 운명을 가진 아이가 나올 때까지 계속 아이를 낳아야 하는 종마 같은 신세인 것이다. - 《금모래 위의 돌조각 4》 306 p. -    

"술탄이 그렇게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되려무나, 단 리하일이 죽은 다음이다. 리하일이 죽고 나면 나 또한 없을 테니 제국의 술탄이 되어 황실의 종마로서 네 마음껏 살아라. 너와 똑같은 자식을 낳고 나와 똑같이 괴로워하며 평생을 피를 흘리며 살아보란 말이다!" - 《낙원의 새》 280 p. - 

시바가 성인이 되길 기다리며 애지중지했던 나미르는 그녀가 사라진 후 상심에 젖어 자신의 할렘을 돌보지 않았다. 수많은 여인들이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었다. 이미 죽었다고 믿은 시바로 인해 아이유브 왕국의 대가 끊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나미르를 질책한 조부가 아니었다면 아사드는 세상을 구경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술탄의 카다르》 22 p. -     

“내 씨가 여간 귀한 물건이 아니라서 말이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만 골라서 관계를 가지지.”

남자가 말하는 ‘씨 관리’란 순결 서약과는 몇억 광년 떨어진 일이었다.

“임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육안으로 보고 어떻게 알아.”- 《Snow : Heavenly creature 1》 214 p. -

2. 고증과 용어 

기본적으로 라마단과 같은 단어는 알고 있어야 하며, 내각이나 신하들을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습니다. 전통적인 역사물인 《Sultan》과 《Muhibbi》가 괄호주를 이용하여 자세한  단어를 설명했습니다. 《실낙원》은 작가 스스로 30% 차용, 70% 창작이라고 말했으며 작품의 진행이 메메드 2세의 행적과 일치합니다. 캐릭터보다 설정과 배경이 역사와 비슷하며 참고문헌과 주석이 마지막에 실려 있습니다. 《Harem》은 실제로 거세를 단행하고 절차에 따른 동침의 과정, 형제살인 등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현대물인 《술탄의 카다르》는 본문과 대화를 이용하고 필요한 단어를 설명합니다. 판타지인 《금모래 위의 돌조각》은 각주를 사용했으며, 《Snow white》는 소재를 차용한 경우라 이름과 배경, 옷차림 정도에서만 하렘물 분위기가 풍깁니다. 

하렘에 있는 여인들의 계급입니다. 작품마다 발음이 조금씩 다릅니다. 

발리데 술타나 : 술탄의 어머니

술타나 : 황후

바스 하세키 술탄 : 술탄에게 첫 아들을 낳아준 카딘

카딘 하셰키 : 술탄의 총애를 받는 카딘

카딘 : 술탄의 아들을 낳은 여인 

익발/이크발 : 술탄과 동침한 적이 있는 여인

구즈데 : 술탄의 눈길을 받은 적이 있는 여인

게디클리 : 하렘에서 성교육을 담당한 여성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게디클리였지만 누르의 눈에는 우습게 보였다.

"남자와 자 봤나? 아니, 키스는 해 봤나? 손은 잡아 봤어?"

"저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을 하……."

흥미로운 얼굴로 눈앞의 여인을 응시하던 누르는 묘한 콧소리와 함께 발끈한 여인의 말을 끊었다.

"흐응…… 남자와 키스는 고사하고 손목 한 번 잡아 본 적이 없을 게 분명한 당신이 내게 남자와의 잠자리 기교를 가르치겠다는 건가?"

"전, 하렘의 교사입니다." - 《술탄의 카다르》 142 p. - 

술탄 하렘에서 흑인 노예가 우대를 받는 것은 아비시니아 출신들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설과술탄의 여자가 부정을 저질렀을 때 흑인 노예와 관계를 가질 경우 색출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아비시니아 출신은 골격이 우수하고 체력과 힘이 뛰어나 주인을 잘 모시고 지킨다. 술탄이 여자가 부정을 저질러도 잘 알아채기 어려운 백인 환관과 다르게 흑인 환관과 관계할 경우 훨씬 쉽게 발각돼 예전부터 술탄의 하렘은 흑인 노예를 선호해 왔다. - 《Harem 1》 121 p. -    

그는 자신의 주인인 카딘 일로시를 내려다보았다. 카딘으로 책봉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카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술탄도 때가 되면 카딘 하셰키에 봉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었다. 아들이 태자가 될 테니 처형당할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카딘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발리데 술타나.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자가 되는 것이다. 술탄이 존중하는 단 한 사람. - 《금모래 위의 돌조각 4》 256 p. - 

라뮤헬은 새벽 무예진(Muezzin: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임을 알리는 소리, 새벽녘인 경우는 동이 틀 시간에 미너렛-사원의 뾰족 탑-에서 사원의 기도소리와 같이 울림) - 《Sultan 2》 64 p. -

--> 괄호 안의 설명에 다시 설명을 집어넣은 이중 해설입니다. 지나친 설명은 흐름을 깨는 단점이 있는데 이 작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역사물에서 고증이 중요하긴 하나 설명문 식으로 흐르면 안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무협이나 판타지를 읽을 때처럼 하렘물도 독자들이 기본적인 용어를 숙지하고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3. 후계자 : 임신과 출산

아들을 낳아 후계를 잇는 하렘의 첫 번째 임무입니다. 이성애물인 《술탄의 카다르》를 제외한 게이로맨스에서 아들을 낳을 수 없는 남자 연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금모래 위의 돌조각》, 《Snow white》같은 판타지는 100% 임신수가 되고, 고증을 무시할 수 없는 역사물은 대리모 역할을 하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여자의 지위는 제각각입니다. 《실낙원》은 황태자 오스만의 어머니인 라비아가 황후가 되고 리하일이 첩이 되며, 《Herem》의 오르한 2세는 막내동생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안은 총비가 됩니다. 《Sultan》에서 라헬은 황후가 되지만 《Muhibbi》의 토르카는 재상이 되어 하렘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후계자를 낳은 여인들은 지위는 높지만 인정받지 못합니다. 

"잘 됐군. 그럼 몸조리나 잘 하고 있을 것이지 여긴 무엇 하러 나돌아 다니냐? 돌아가라. 내가 특별히 의원에게 말을 해서 산모에게 좋은 약초를 들이라 할 것이니. 잊지 않았겠지? 너와나의 계약을. 난 네 아비를 포함한 네 식솔을 살려주는 대가로 네게서 난 아들을 얻기로 했다.

물론 그 아이의 양육은 내 황후가 하기로 했고. 그러니 몸 함부로 굴리지 말고 자중해서 반드시 아들을 낳아라." - 《Sultan 2》 220 p. - 

"말도 안 되는 소리,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황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설마 그때에도 내가 직접 군대를 끌고 황후를 구하러 갈 거라고는 꿈도 꾸지 말라."

다정하게 오가는 담소를 가로지른 술탄의 냉담한 말에 분위기는 다시 싸하게 얼어붙었다. 당황한 리하일이 말했다.

"폐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그럼 황후는 어찌 하시라고."

나사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냉정하게 답했다.

"황자가 있지 않은가." - 《낙원의 새》 62 p. -

적게는 열 살 전후 많게는 열여섯 살에 들어온 하렘이었다. 기나긴 세월을 술탄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그녀들로서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네 명의 황후 중 한 명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하렘의 여자라면 누구나 아사드의 눈에 띄어 그의 아들을 낳아 네 명의 카딘 중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다. 더 나아가서는 첫 번째 아들을 낳아서 술탄의 하세키(술탄의 총애를 받는 부인)가 되길 소원하였기에 하렘 속 여인들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술탄의 카다르》 108 p. - 

4. 형제살인

오스만제국은 장자가 제위를 잇는 장자상속제를 택하지 않았다. 군림 중인 술탄이 나이가 들어 늙으면 본격적으로 왕위 다툼이 시작되는데, 형제들을 제거한 왕자가 제위를 차지했다. 제국의 왕자들은 14세가 되면 특정 지역의 총독이 되었지만, 술탄이 되기 위해서는 더 중요한 지방의 총독이 되는 것이 필요했다. 중앙정부 군대의 지지를 받을 경우 훨씬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흐메드 1세가 새로운 관행을 도입하는 1603년 전까지는 왕자, 왕비, 수상, 장군들 사이에 음모와 술수가 끊이지 않았다.

술탄 쟁탈전에서 승리한 왕자가 술탄이 되었고, 그는 관행에 따라 다른 형제들을 죽임으로써 자신이 새로운 술탄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려 했다. 술탄에 즉위하지 못한 왕자들을 살해하는 것과 아흐메드 1세 이후 그들을 카페스로 유폐시키는 것은 모두 술탄 도전자를 제거해 새 술탄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관행이었다.

- 《오스만제국 : 지중해의 세 번째 패자》. 진원숙. 살림출판사, 2007 -

잔인하고 냉혹한 이 관습으로 인해 하렘은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 되었으며 작품에 긴장감을 줍니다. 노련한 술탄은 하렘의 여인들을 이용하여 연인의 목숨을 구하고, 일부는 연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지게도 합니다. 

형제 살해의 법.

새로 술탄이 등극하게 되면 술탄의 형제는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죽임을 당하게 되어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술탄에게 대항한 전적이 없으며 새로운 술탄에게 평생 충성을 맹세하는 경우. 두 번째는 술탄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가진 경우. 황족출신인 자신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했다. 자신의 이복형이었던 전대 술탄이 막내 동생인 자신을 살려보고자 그 자신의 하렘에 넣었던 덕분에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뮤라드의 말대로 그가 두 녀석을 경쟁시킨다는 건 탈락하는 나머지 한 쪽은 당연하게도 승자의 칼날아래 목숨이 사라질 것임을 의미했다. - 《Muhibbi 1》 88-89 p -.

"발리데, 제발 술탄을 멈춰주십시오. 그분은…, 그분은…… 정상이 아닙니다. 이제 갓 6살밖에 안 된 어린 동생들을 모두 죽이시는 것도 모자라… 어린 조카들을 살려주겠다 약조하시는 것으로 경쟁 중이던 형제를 궁으로 불러들여 연회를 베푸시고는 그들이 방심한 틈에 죽음을 내리시는 것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그것은 술탄답지 못한 행동입니다. 발리데, 지난 밤 죽음을 맞은 이들도 당신의 아들과 며느리, 손자가 아닙니까. 불과 몇 시간 전 그들과 함께 연회를 즐겼던 곳에서 그들에게 죽음으로(--> 죽음을) 내리다니요. 그것은 바르지 않은 행동입니다. 술탄을 통제하실 수 있는 것은 당신뿐이십니다. 형제살인을 없앨 수 없다면 최소한 정의롭게 겨루라고 따끔히 혼을 내셔야 합니다." - 《Harem 2》 262-263 p. - 

나사드의 배다른 형이자 그녀의 장자인 마흐칼은 나사드가 술탄으로 즉위한 다음 날 처형되었다. 그것은 새로 즉위한 술탄으로서는 당연히 거쳐야 할 의례였으며 그 날 처형된 나사드의 형제들은 마흐칼을 비롯해 모두 다섯 명이었다. - 《실낙원 1》 65 p. -

레신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다. 하나는 물뱀이 낳은 아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코끼리가 낳은 아들이었다.

그들은…… 처단해야 할 대상 1순위에 올라와 있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아마도, 성인식을 치르기 전 레신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 사내아이들의 목을 베게 되리라.

레신이 하지 못하면 그의 후계자인 엘라다 왕자의 손에 피를 묻혀야만 한다. 레신은 다음 대 샤에게 권력을 위해 사촌들을 살해한 자라는 족쇄를 채우고 싶지 않았다. - 《Snow white》 58 p. -  

5. 해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조직 혹은 목적을 달성한 조직은 해체되는 것이 수순입니다. 로맨스적 측면에서 일부일처는 기본이니 술탄은 장래 불화의 불씨가 될 하렘을 해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Snow white》의 레신은 돈 나가는 것이 아까워 후궁의 첩들을 재가시키기도 합니다. 

'내가 그걸 왜 몰랐지? 진작에 그럴 것을. 그래, 그대의 걱정을 이해한다. 그러니 하렘 안에 있는 모든 여자를 추방하겠다. 환관장을 부르라.'

'파, 파디샤!'

'그렇지 않은가? 하렘에 여자가 없으면 불완전한 사내이든 완전한 사내든 오가는데 문제가 없지 않나? 잘됐군.' - 《Harem 2》 319 p. - 

"어쩌실 작정입니까?"

"이 기회에 하렘을 폐쇄하려고 한다."

"하렘을 폐쇄하시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텐데요." - 《술탄의 카다르》 216 p. -  

"하지만 그분은 하렘을 정리하고 계시잖아요."

"다 정리할 수는 없어!"

"그래도 하고 계시죠. 구즈데 이하는 거의 다 하렘을 나가고 있잖아요. 남은 건 이크발 아가씨들과 카딘 전하들인데, 이분들께도 이미 재가를 권하셨고요. 그만하면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아요."  - 《금모래 위의 돌조각 4》 269 p. -  

"그렇다면 걱정 마십시오. 형님이 아무리 축첩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내라 해도 황자님과 결혼한 이상은 다른 쪽에 눈 하나 안 둘 겁니다. 제 형님이지만 그런 쪽은 좀 고지식하거든요. 아시잖습니까. 황자님을 모시고 들어오기 전, 어릴 때 들였던 첩도 그녀들의 요구대로 엄청난 돈을 주고는 밖으로 내보낸 거.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황자님이 신경 쓰이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하더이다." - 《Muhibbi 2》 316 p. -      

그에게도 물론 하렘이 있었고 그곳에는 각국에서 진상되어진 미녀나 볼모로 잡혀온 고귀한 혈통의 여성, 심지어 소년까지 그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술탄은 그들 중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나 모후에게 특별히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술탄이 황후에게 가지는 관심은 황비이자 황자의 어머니, 그 뿐이었다. - 《비밀의 낙원》 69 p. - 

“(안됩니다. 왕비님을 병사들이 우글거리는 그런 곳으로 보내시다니요! 형니임-, 제발 가브리엘 님을 말려주십시오.)”

아무리 군율이 엄격한 토프칸 군대 –민간인 여자를 겁탈하면 그 자리에서 사형이었다. - 라고는 하나 지나치게 위험한 모험을 하는 게 아닌가 했다. 차라리 사막 메뚜기 연구를 단념하도록 설득하는 게 낫지.

“(괜찮은 장교 하나 꾀어서 얼른 시집이나 가버렸으면 좋겠는데, 시즈마레엔 온통 건설  병–축성築城이나 가교架橋 등의임무를 맡는 병과–투성이라 선택의 폭이 무진장 좁다는게 문제란 말이야.)” - 《Snow white》 236 p. -

6. 롤모델 

술탄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황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술탄들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톱카피 궁전에서 살았습니다. 대표적인 술탄으로 살라딘, 메메드 2세, 술레이만이 있습니다.

실제 남색가인 메메드 2세가 《실낙원》과 《Muhibbi》의 실제 모델이었으며, 술레이만은 판타지인 《Snow white》에서 이름을 재미있게 차용했습니다. 사자왕 리처드와 일생의 결투를 했던 살라딘도 이성애 로맨스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살라딘 (1137-1193)

살라딘은 티크리트에서 지위가 높은 쿠르드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집트, 시리아, 예벤, 팔레스타인을 통치했고, 이집트 아이유브 왕조를 창건했다. 1187년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리처드가 이끄는 3차 십자군을 곤경에 빠뜨렸다. 

-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제임스 레스턴 지음, 이현주 옮김. 민음사. 2003. -   

내 눈은 폐하의 날들을 바라보았느니

구원해주실 만큼 강력한 왕이시고 경건함의 총체이시며

십자가 숭배의 독이시고

공명정대함과 온후함 의기사인 살라흐 앗 딘이시여,

이슬람과 무슬림의 주군이시고

기독교도들로부터 신의 교단을 구하시며

성지들을 자매로 만드시는, 승리에 빛나는

샤디의 친족 아이유브의 아들이신 유수프시여.

그의 무덤에 신은 온정의 소나기를 내려주시고,

한없는 자비심으로 절개에 대한 보답을 해주시는도다.

                              - 바하 앗 딘

- 《살라딘 : 십자군에 맞선 이슬람의위대한 술탄》스탠리 레인 풀 지음, 지순호 옮김. 갈라파고스. 2003 -

메메드 2세(정복자, 1432-1482)

오스만 제국의 역사상 가장 길고 화려한 축제가 1582년 술탄 무라드 3세의 아들 메메드 왕자의 할례행사 때 개최되었다. 52주야 동안 계속된 이 축제는 술탄과 술탄의 가족이 머무는 이브라힘 파샤의 궁전 앞을 행진하는 것으로 축제의 막이 올랐다. 

- 《술레이만 : 오스만의 화려한 황제》테레스 비타르 지음, 변지현 옮김. 시공사. 1998 -

메메드 2세는 1451년에 술탄이 되었다. 그 때 그의 나이 19세였다. 그는 과묵하고 잔인했으며 동성애자이고 술을 좋아했지만, 대단히 야심만만하고 유능한 군인이었다.

(버나드 로 몽고메리 作 전쟁의 역사 1 p.366 2000년 3월 개정판) - 《실낙원 2》 361 p. -

여기 나오는 술탄의 이름은 실존 인물입니다.

위대한 정복자, 메흐메드 2세.

19세에 술탄의 자리에 올라 21세에 위대한 대제국 비잔틴 제국을 정벌했던 사람입니다. - 《Muhibbi 2》 336 p. -

술레이만(대제, 1494-1566) 

셀림은 왕위를 계승할 아들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유럽과 오스만 제국의 역사가와 화가들은 오스만 제국의 황금기인 이 시기에 예외적으로 긴 통치기를 누렸던 왕의 성품을 즐겨 묘사했다. 술레이만은 공정하고 현명하며 도덕적으로 고매한 매우 종교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또한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고 자신이 한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사려깊은 인물이기도 했는데, 말년에는 금욕 생활을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아리따운 아내 록셀란, 즉 후렘 왕비와 그가 각별히 총애했던 재상 이브라힘에게만은 지나치게 유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국가의 안녕을 위해 두 아들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 《술레이만 : 오스만의 화려한 황제》테레스 비타르 지음, 변지현 옮김. 시공사. 1998. 34 p. - 

코끼리의 아들에게는 ‘술레이만’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술래이만은 당시 여러 아녀자와 불장난을 치다가 결국 남편 중의 한 사람에게 꼬리가 잡혀 칼로 찔려 죽은 인물이었다. - 《Snow white》 59 p. -

PS: 자료 찾다가 기억할 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한국의 혼으로 살다간 샤밀 박의 90 인생, 그리고 카밀 박

내가 이스탄불 생활을 시작 한 지 2년쯤 지난 1985년의 아느 날, 터키 친구로부터 자기 동네에 한국인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처음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일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다녀온 참전용사들은 스스로를 '한국인'이라는 뜻의 '코렐리'로 부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몇 달간의 수소문 끝에 이스탄불 주택가 예니 레벤트 동네에 사시는 할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나를 보자 그 할아버지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아~ 안녕하시므니까?"를 겨우 표현해냈다. 얼마나 오랫만에 뱉어보는 조국의 발음인가? 그의 이름은 샤밀이었다. 터키 이름이다. 1949년 이스탄불에 정착했으니 그때 당시 이미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제 조국을 잊고 가족과 친지들과의 연락도 끊긴 채, 철저히 터키 속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과 연민의 정으로 자주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만날 때마다 그의 입에서 놀라운 사실들이 흘러나왔다. 모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샤밀 할아버지도 신이 나서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1920년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자, 약 600여 명의 러시아 카잔 지역 투르크인들이 만주에 있는 일본군 사령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그 중 200명이 한반도에 자리를 잡았는데, 서울과 대구, 부산, 광주 등 남한과 청진, 신의주 등 북한에 흩어져 정착했다. 그들은 러시아에서 배운 양복 기술로 지금의 소공동과 종로 일대에 양복점을 열었고, 일본과 만주를 연결하는 삼각무역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우리나라에 양복 문화를 처음 도입한 그룹이 그들이었다. 이슬람교를 믿는 그들은 자신들만의 공동체 생활을 위해 지금의 시청 뒤쪽에 2층 건물을 매입하여 민족학교와 이슬람사원을 마련하고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유지해갔다. 홍제동에는 이슬람 공동묘지도 조성되었다.

샤밀 박의 한국 이름은 박재성이었다. 여주에서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한 소년 박재성은 청운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하여, 투르크인 압둘 학 누만이 경영하는 가게에 점원으로 취업했다. 성실성과 근면함으로 신뢰를 쌓은 박재성은 주인이 갑자기 암으로 사망하자 주인 마님과 결혼하여 그 점포를 이어받았다. 그는 당시 투르크족의 관습에 따라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해방 이후 국내의 혼란을 피해 아내의 고향인 터키로 와서 정착하였다. 샤밀 박은 첫 부인과의 사별 이후 재혼하여 이스탄불에 정착해 살다가 2002년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국 근대사에서 최초의 이슬람 개종자였으며, 양복문화를 전수받아 우리나라에 퍼뜨린 1세대 한국인이었다. 또 이슬람권으로 이주해간 최초의 한국인이기도 했다. 샤밀이 사망하기 직전 예순이 가까워오는 아들 카밀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여생을 한국인으로 새롭게 살아가겠다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이제 터키 어느 지역을 가나 쉽게 코렐리를 만날 수 있다. 만 5천 명의 군인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그들의 한국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들의 조상들이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고구려를 사이에 두고 함께 이웃으로 살았다는 친근함, 같은 알타이 민족으로 뿌리를 같이한다는 동류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터키의 한국전 참전으로 혈맹관계기 돈독해졌으며, 1999년 터키 지진참사에 대한 한국의 범국민적인 도움, 월드컵을 통한 양국 친선으로 터키의 한국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이제 이스탄불에서는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을 마음으로부터 위해주고 사랑하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 《이스탄불 : 동서양 문명의 교류》 이희수. 살림, 2008. 91-93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