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일반 문학의 패러디는 《(패러디 소설 모음)내가 훔친 소설》에서 다루었으니 생략하고, 게이 로맨스로 집필된 패러디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축전, 외전, 돌발성 이벤트 형식의 단편 위주로 집필

축전이나 외전은 메인 작품의 들러리입니다. 작가의 집중력도 메인 작품보다 떨어집니다. 이들 단편은 가벼운 읽을거리로 만들어져 깊이가 없으며, 기발한 발상의 전환이나 뒤통수 치는 결말이 없어 내용이 부실합니다.

2. 원작의 형식과 테마를 그대로 빌려옴

원작을 복사하듯이 베껴와 등장인물의 성(性)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꾸는 작은 변화만을 보여줍니다. 원작에서 많은 것을 가져올수록 창작의 폭이 좁아서 새로운 의미나 개성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원작과 비슷한 줄거리로 이어지다가 결말만 약간 바뀌는 이단(異端)적 작품이 많습니다.

일례로 《개비굴 5호》에 실린 7편의 작품 모두 원작과 같은 구도를 갖고 있으며 등장인물의 성별을 바꾼 작품이 4편(《C사감과 러브레터》, 《백치 어버버》, 《밤꽃》, 《감자밭》), 등장인물의 관계를 바꾼 작품이 3편(《메밀꽃 질 무렵》, 《벙어리 삼룡이》, 《콘돔 한 장》)입니다.

3. 기타 게이 로맨스의 패러디는 대부분 장르 바꾸기를 했음.

(1). 《암행매지천령》의 소책자《축전집》에 실린 《미야(美夜)》(가규 작)는 란마루의 《810호 이야기》를,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즐겁죠 작)는 《In your eyes》를 무협으로 패러디한 것입니다.

(2). 국내 창작지 중 가장 많은 패러디를 갖고 있는 《One point relief》¹의 패러디 또한 스포츠물을 무협(《援護人頭 日狸后(원호인두 일리후)》- 해파리 작), SF(《볼의 궤적》- Ssami 작), 유치원물(《유치원에 가자 - 렌 작), 리맨물(《주식회사 원포릴화재》- sezine 작)로 바꾸었습니다(이 외에도 몇 작품 더 있는데 패러디보다 외전의 성격이 강해서 제외했습니다).

(3). 작품의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패러디 집필이 가능한 하오마루의 《The bride》²의 패러디(《The bride special story》- 미즈하라 작) 역시 원작의 구성을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시대물입니다.

(4). 우주토깽의 《오즈의 나라》도 원작과 같은 줄거리에 주인공의 성별을 바꾼 것입니다.

주1.《One point relief》: 두 권의 패러디를 따로 출판했을 정도로 패러디물이 많음.

주2.《The bride》: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분을 달리하여 환생을 거듭하는 신(神)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따라서 동일 캐릭터가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계속 나타나는 일련의 패러디 연작으로 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