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http://www.geocities.com/Paris/Bistro/6971/
3부작
1편 《물빛 안개 속으로》 루시언 워듀(랜덜프 드 라세인 슈메르), 세르반느
2편 《가슴에 남은 향기》 애드워드 피츠랜덜프(루시언의 사생아), 애리얼 드 클레어
3편 《마지막 화살》 브레나 워듀(루시언과 세르반느의 딸). 로빈(브레나의 오빠)과 마리안느의 이야기 포함
작품연표
Across a moonlit sea 1996
Blood of roses 1989
Bound by the heart 1984
China rose 1984 하얀 장미(영언문화사, 2001)
그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서 무언가가 희미하게 반짝였다.
'차이나, 난 당신에게 낡은 배 한 척과 넓은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줄 수가 없소. 한두 번의 모험과 달빛 아래서 잠드는 밤들. 그리고 따뜻한 모래와 아름다운 해변 정도는 선물할 수 있겠지.'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은 받아본 적이 없어요.'
차이나는 두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발꿈치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의 두 손이 셔츠 속으로 파고들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래널프 크로스 경이 선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들은 그런 자세로 서 있었다
Dark & dangerous 1992
In the shadow of midnight 1994 가슴에 남은 향기 (영언문화사, 2000)
여느 기사들 못지 않게 검과 활을 다루는 데 능숙한 애리얼 드 클레어는 성으로 찾아와 혼인을 청하는 남자들을 온갖 이유를 들어 가차없이 물리친다. 어딘가에 분명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 믿으며....
그러던 어느 날 악명 높은 간수장의 아들과 혼인하라는 왕의 칙서가 도착하고, 성미 급하고 고집스러운 그녀는 당연히 그 명을 거부하기로 마음먹는다. 지금껏 그녀는 그 어떤 남자의 뜻에도 따라본 적이 없었다. 그녀를 웨일즈까지 호위해 갈 기사가 마음을 뒤흔들기까지는....
어두운 출신 배경을 지닌 에드워드 피츠랜덜프는 종자로 변장한 붉은 머리칼의 연인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존 왕의 사악한 손아귀에서 엘리노어 공주를 구출하겠다고 맹세한 터였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에게는 사랑 따위 어울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가슴속에 비집고 들어와 그를 낯선 혼란 속으로 이끄는데.....
review :
마샤 캔험은 지금까지 모두 3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적은 작품 수로 명확히 단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암시'와 '복선'이라는 소설적 플롯에 있어서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 곳곳에 수수께끼가 숨어 있으며 전혀 엉뚱한 곳에 답이 숨어 있습니다.(시리즈로 나가고 있는 탓에 어떤 답은 다음 작품에 들어 있기도 합니다)
《가슴에 남은 향기》는 《물빛 안개 속으로》의 루시언 워듀(랜덜프 드 라세인 슈메르)의 사생아 애드워드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편도 상당한 수작이며 두 작품을 서로 연결한다면 가히 꿰맨 진주와 같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엘리노어 공주를 삼촌의 손에서 구출하는 스토리이며, 주인공 두 사람간의 사랑 이야기보다 역사적 사건들과 시대적 배경, 주변인물들 때문에 일종의 역사 소설로 볼 수 있을 듯도 합니다. 한 권의 책으로서만 아니라 시리즈의 일부분으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셔우드 숲과 로빈이 등장할 후속편도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역사적인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다소 따분할 수가 있습니다. 아쉬운 점으로는 이동경로를 이해하기 쉽게 지도 한 장 정도는 들어있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아래의 글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듯해서 올립니다.
헨리 2세와 아퀴테느의 엘리노어(소설에 등장하는 태후입니다)와의 사이에 4명의 아들이 두었는데 장남 헨리는 그의 아버지의 상속분, 즉, 앙주, 노르망디와 잉글랜드를 상속받기로 되어 있었고, 차남 리차드는 그의 어머니의 상속분 아퀴테느를 상속받기로 되어 있었고, 3남 제프리는 정복하여 획득한 땅 브리타니를 상속받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제프리는 브리타니의 콘스탄스와 결혼하여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엘리노어와 아서를 낳습니다.
막내 아들 존은 그의 아버지가 획득한 또 다른 중요한 지역인 아일랜드를 상속받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183년에 큰아들 헨리, 그리고 1186년에 셋째 아들 제프리의 죽음은 넷째 아들을 편애하는 아버지에게 리차드가 반기를 드는 빌미가 되었으며 리차드와 프랑스 왕 필립과의 동맹은 헨리를 무릎꿇게 하였고 싸움에 진 늙은 왕은 1189년 7월 6일 시농에서 죽었습니다.
왕위에 오른 리차드는 1172년에 아퀴테느 공으로 서임되었고, 이후로 그의 생애의 대부분을 대륙에서 보냅니다. 존은 아일랜드의 영주로 남아 있었으며 세월이 지나면 브리타니는 제프리의 유복자 아서에게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고, 그 나머지는 리차드의 수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1190년 리차드는 제 3차 십자군 원정을 떠나고 그 와중에 독일(오스트리아)에 포로로 잡혀 있었으며 몸값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00,000마르크를 지불한 다음 1194년 2월에 석방됩니다.(일반적인 관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왕의 몸값' 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된 듯....) 리차드는 샬뤼-샤브롤(리모우쥐 근처)의 포위 공격 때 입은 상처 때문에 1199년 4월에 죽습니다.
리차드는 적자의 상속자가 없었고, 그가 죽었을 때 앙주 제국의 각 지역은 그들 나름대로의 후계자를 선출하였습니다. 잉글랜드와 노르만의 대귀족들은 존을 선택하였고, 앙주, 메인 툴루즈는 당시 12살된 브리타니의 아서를 선호하였으며, 아퀴테느는 - 존을 대신하여 - 그의 어머니 엘리노어가 맡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PS:
중세 로맨스를 읽다보면 지리적 배경이 대부분 영국인 까닭에 독자들이 당시 세계사의 중심에 영국이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르네상스가 지나고 엘리자베스 1세 시대가 되면서이며 그 이전에는 교황청이 있는 로마제국(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중세 초기에만 해도 영국은 작은 섬나라에 지나지 않았고 대륙에 살던 사람들은 그들을 단순한 야만인으로만 여겼습니다.(영국의 왕들조차도 잉글랜드보다 프랑스에 더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거기에는 존 왕이 잉글랜드와 브리타니를 차지하기 위해 프랑스에 있던 영지의 상당부분을 프랑스 왕에게 빼앗긴데 원인이 있습니다.
Last arrow 1997 마지막 화살(영언문화사, 2001)
여느 때처럼 오라버니들과 영지 내 숲에서 게임을 즐기던 브레나 워듀는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 화살을 겨누는데, 이내 그가 마상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가는 길임을 알게 된다.
브레나는 그의 얼굴에 감돌던 수수께끼 같은 미소 속에 검은 그림자가 스며 있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해 그림자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그의 주위를 맴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유럽 전역을 뒤흔드는 전설적인 기사 어둠의 왕자이며 자신의 오라버니 로빈을 죽이기 위해 고용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어둠의 왕자의 신비로운 매력에 흔들리던 그녀는 이윽고 그 눈빛에서 원하던 것을 찾게 되는데…….
review:
이 작품은《가슴에 남은 향기》와 《물빛 안개 속으로》의 후편으로 루시언의 딸 브레나와 어둠의 왕자 그리핀 이야기 외에도 브레나의 오빠 로빈과 마리안느의 스토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상경기를 자세히 알고싶은 분들은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자세한 묘사와 설명을 해놓아 흥미진진합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배경 묘사와 복잡한 플롯 그리고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어놓은 작품으로 평균이상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인쇄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PS: 로빈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기사도의 화신이라고 해야 하나? 정의롭고 순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원제: All's well that ends well)》에서 귀족의 형통과 성품을 겸비한 자(the gentle gentle)의 모습으로 고 루실론 백작과 백작부인을 예로 들었는데,
백작은 육체적 매력을 지니고 병법에 정통했을 뿐만 아니라 당대 제일가는 용사 밑에서 훈련받은 용감한 군인으로 일반적인 행동에서는 아량과 중용을 겸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상을 지녔으며, 경박하지 않고 재치가 있으며, 남을 멸시하지 않으면서도 자존심을 지키고, 동료의 무례함에 대해서는 상대방을 비방해야 할 때만 하며, 그들의 지위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손하며, 진정한 궁정인의 모습을 지닌 Castiglione적 이상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백작부인은 진실로 정숙, 친절, 관대하고, 이해력과 위엄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물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 《All's Well That Ends WEll : 귀족의 진정한 명예 (The Honour of the Aristocracy)》 / 남현숙. 세익스피어 비평, The Shakespeare Review, Vol. 28, pp. 73-106, 한국세익스피어학회, The Shakespeare Association of Korea, 1996
Pale Moon rider 1999 희미한 달빛 아래(영언문화사, 2000)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길을 달리던 르네 당통은 마차가 갑자기 멈춰서고, 악명 높은 도적 캡틴 스타라이트와 맞닥뜨린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망토로 온몸을 감싸고 모자를 깊이 눌러써 얼굴을 숨긴, 비밀스럽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지닌 이 도적만이 지금 그녀가 처한 난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프랑스 혁명의 물결에 가족을 잃고 동생과 함께 영국으로 탈출한 그녀는 살인미수 누명을 쓴 동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캡틴 스타라이트를 잡기 위한 미끼로 드리워졌는데.....
타이런 하트는 당돌하게 자신의 결혼예물을 훔쳐달라는 여인을 믿지 못하지만, 왠지 묘한 끌림을 느끼고 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녀의 정체를 알고 추궁하기 위해 그림자처럼 숨어든 그는 오히려 불꽃같은 아름다음에 포로가 되고, 결국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목숨조차도 포기할 생각을 하는데....
review:
잘 된 작품입니다. 플롯, 성격묘사 그리고 액션까지. 특히 여주인공 르네의 캐릭터가 마음에 듭니다. 뭐랄까요, 마음 깊은 곳에 닻을 내려놓고 있어서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결코 굽히지 않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르네의 약혼자 가문이 《물빛 안개 속으로》의 루시언과 세르반느의 후예일 것이라는 추측이 듭니다. 《마지막 화살》에서 로빈의 아들로 자라는 에드워드(실제는 브리타니 공주와 헨리 드 클레어의 아들)와 르네의 남동생의 스토리도 있을 것 같습니다.
Pride of lions 1988
Sneak preview of four fabulous authors, each with a style all her own 1996
소설 아님. 일종의 비평서
Swept away 1999 사랑도 물보라처럼(영언문화사, 2001)
이른 아침 바닷가로 산책을 나간 애날리 페어차일드는 익사 직전의 남자를 발견하고 가까스로 물속에서 끌어낸다. 늦기 전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말과 함께 정신을 잃은 그가 반역죄인에 나폴레옹의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자신의 과거가 전혀 기억나지 않아 괴로워하는 그에게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열정을 일깨워주는 애날리는 유일한 희망이자 안식처이다.
기억의 편린이 떠오를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애날리는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고 그와 함께 과거의 열쇠를 찾기 위한 모험에 뛰어들지만, 검은 손길이 그들의 목을 조이려 서서히 다가오는데....
review:
마샤 캔험은 복잡한 플롯에 다양한 복선 그리고 은근한 암시까지 소설에 사용되는 모든 기교들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작가입니다. 그러나 남자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에서 - 기억상실증 자체가 작품을 미로로 이끄는 소재입니다 - 이 모든 트릭이 한꺼번에 펼쳐져있어 어리둥절하다못해 머리가 아파집니다.
한 술 더 떠서 에모리(남자주인공)와 스탠리(남자주인공의 동생)의 오락가락하는 서열도 독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습니다.
장면 1
플로렌스는 몸을 굽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검버섯이 핀 앙상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감쌌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목사의 동생 에모리 알토프야."
장면 2
"에모리는 셋째였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었지. - 중략- 재산은 모두 장남인 윌리엄이 물려받았고, 작위도 당연히 그가 물려받았단다. 불쌍한 아서가 둘째였어."
- 중략 -
"어쨌든 윌리엄은 어렸을 때 앓았던 전립선염이 악화돼서 2년 전 겨울에 죽고 말았단다. - 중략 - 다음 상속인은 불쌍한 아서였거든. 스탠리가 주 법원에 후견인 신청을 냈지만, 에모리와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절차를 밟을 수가 없었단다."
- 중략 -
"스탠리는 목사가 되었지만, 주책없는 마누라 때문에 조금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 그 여자는 아서가 정신병자로 인정되고 에모리가 반역죄로 처형당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거든. 그 두 사람만 사라져준다면 스탠리가 윈드시 홀을 상속받게 되고, 자긴 백작부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야."
장면 3
"당신 동생이 매일 두세 차례씩 들러 침대맡을 지켰어요."
"내 동생?"
"스탠리... 스탠리 알토프 목사 말이에요."
장면 4
애날리도 플로렌스도 루실 알도프가 그렇게 빨리 램지 대령에게 달려가 남편의 동생이 위디컴 하우스에 숨어 있다는 얘기를 전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장면 1에서 에모리가 목사의 동생으로 나옵니다. 장면 2에서 에모리가 윌리엄, 아서의 뒤를 이어 셋째임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루실과 결혼한 스탠리는 에모리의 동생으로 넷째입니다. 장면 3에서는 형제간에 제대로 된 서열이 등장합니다. 장면 4에서 두 사람의 서열은 또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도 금방 알 수 있는 오류를 왜 편집부 사람들이 잡아내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얽히고 설킨 플롯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서열까지 .... 평균이하입니다.
Straight for the heart 1995 가면의 여왕 (영언문화사, 2001)
미시시피 강을 호화롭게 수놓은 유람선의 도박장에서 얼음의 여왕으로 알려진 미녀 도박사 몬태나 로즈.
그녀는 유혹적이고 신비로운 가면 뒤에 철저히 자신을 숨긴 채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기꺼이 위험한 게임에 도전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요하게 따라붙기 시작한 회색 눈동자의 위험한 남자와, 외모는 같지만 성격은 판이한 쌍둥이 자매로 인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고…….
결혼이라는 올가미를 피해 철저히 독립적인 삶을 추구해온 마이클 태링턴은 유람선의 몬태나 로즈를 본 순간 낯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베일을 벗겨내고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잠재울 수가 없다. 결국 그녀에게 미끼를 드리워 결혼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데 성공하지만, 끊임없는 감정의 엇갈림으로 그녀의 푸른 눈동자 깊숙이 자리하고픈 그의 바람은 멀어지기만 하는데…….
review: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지식의 축적, 교양을 높이기 위한 수단, 간접경험을 통한 삶의 의미 탐색, 시간 때우기... 그 중에서 대표적인 이유로 간접경험이 있습니다. 독자가 실제로 겪지 않았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당시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간접경험입니다. 여기에는 선행되어져야할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개연성과 감정이입니다. 개연성이 충분하지 못하면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 독자들은 작품에 몰두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개연성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바로 동기부여입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독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쌍둥이 중에서 한 사람은 천사로 다른 사람은 악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부모 밑에서 똑같은 성장 배경을 갖고 자란 쌍둥이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에 적절한 동기부여(원인제공)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억지로 짜맞춘듯한 캐릭터의 성격이 작품에 위화감을 주고 있습니다. 평균이하입니다.
PS: 이 책을 읽기 바로 전날 1998년 간행된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62번 장 메이에(Jean Meyer)의 《흑인노예와 노예상인 : 인류 최초의 인종차별 (원제: Esclaves et Negriers)》를 읽었습니다.
《가면의 여왕》에서 배경이 되는 남북전쟁이 끝난 후 남부 농장주들의 비참한 생활에 제가 공감할 수 없었던 이유도 《흑인 노예와 노예상인》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작품 중간에 아만다가 노예생활에서 해방된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얘기하고 있는데, 글쎄요? 백인 농장주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반대로 흑인 노예의 생활을 체험했다면 그런 말을 정말로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흑인노예와 노예상인》에 그림과 함께 설명된 글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흑인 포로의 골고다 언덕 (53 p.) - 여자 포로들은 남자들에 비하면 조금은 덜 난폭하게 다루어졌다. 그림에서 노예상인들의 물건을 지고 해안으로 끌려가는 여자들은 사슬로 묶이기는 했지만 족쇄는 채워지지 않았다. 아메리카를 향한 횡단의 전주곡이라 할 이 악몽과도 같은 여행을 파머슨 경은 이렇게 묘사해 두었다.
"일단 포로가 잡히면 선별작업이 이루어진다. 건장한 남녀와 6~7세가 넘는 아이들은 해안으로 향할 무리로 한쪽으로 모으고, 6세 미만의 아이들은 죽여버린다. 노인들과 환자들은 내버려두는데 어차피 곧 죽게된다. 출발 준비를 끝마치면 남녀 포로들과 아이들은 먼 길을 떠난다. 신발은 물론이거니와 거의 벌거벗은 상태에서 불타는 사막과 아프리카 산악의 바위투성이 협로를 가로질러야 한다. 허약한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기 위해서 채찍질이 계속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힘이 센 이들은 사슬로 함께 묶어놓거나 멍에를 씌운다."
무죄와 벌(97 p.) - 18세기 전반에 걸쳐, '범죄'를 저지른 흑인들에 대한 백인의 체형은 날로 그 잔학성을 더해 갔다. 붉게 달군 쇠로 낙인찍기, 거세, 손과 귀 자르기 등의 형벌이 18세기 말까지 성행했다.
채찍 왕국(99 p.) - 19시기 전반에 걸쳐 노예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벌은 점차 채찍질로 통일되어갔다. 형식적으로는, 너무 지나치게 또는 너무 자주 채찍질을 하는 것도 잘못된 노예 관리방식으로 비난되었다. 노예들이 도망치고 싶은 생각을 품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8세기 말의 노예제도 폐지론자인 방자맹 프로사르의 증언처럼, 여전히 학대가 자행되고 있었다.
"흑인의 등을 갈기갈기 찢는 채찍은 사실상 마부들이 쓰는 채찍만큼이나 강하다. 재질 역시 마부의 채찍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못 쓰게 될 지경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말을 후려치는 마부는 본 적이 없지 않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노예들은 더욱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지라도 고분고분 채찍질을 당하지는 않았다. 당시 조지아의 한 관리인은 이렇게 말했다.
"백인이 채찍질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작심한 검둥이들이 있다. 여러분이 채찍질을 하려들면 그것들은 반항할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그럴 경우, 여러분은 그것들을 죽여버릴 수밖에 없다."
1821년 6월 27일 벵자멩 콩스탕의 하원 연설(113 p.) - "노예매매는 점점 잔악해지고 있다. 잔 에스텔호에 관한 공식 보고서를 보라. '14명의 흑인들이 선상에 있었음. 선박을 수색했음. 흑인을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음. 헛된 수색작업을 계속함. 상자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와 열어봄. 12세, 14세로 가량으로 보이는 두 소녀가 질식상태에 있었음. 같은 형태, 같은 크기의 상자들이 이미 바다에 던져진 뒤였음."
지구상에서 공식적으로 노예들이 사라진 것은 1980년 7월 5일 모리타니 회교공화국에서 법령으로 종지부를 찍었을 때입니다. 겨우 20년 전이군요.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 로맨스를 몇 가지 시대로 구분해 본다면 독립전쟁, 남북 전쟁, 골드 러시(gold rush), 인디언과 관계된 서부개척시대가 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대표되는 남북 전쟁 시대의 로맨스가 모두 흑인노예들의 희생이 바탕이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요?
Through a dark mist 1991 물빛 안개 속으로(영어문화사, 2000)
세르반느는 금발의 미남 기사 루시언 워듀와의 혼인을 앞두고 설레는 가슴을 안은 채 깎아지른 절벽 끝에 자리한 블러드무어 성으로 향한다. 하지만 안개에 휩싸인 숲이 난무하는 화살에 떨기 시작하면서 그녀 앞에 '검은 늑대'로 알려진 범법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는 그의 신비로움에 속절없이 끌려드는데......
루시언 워듀는 아버지를 반역죄로 몰아 죽게 하고 자신조차 뜨거운 사막의 태양 아래 쓰러뜨린 이복동생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며 블러드무어 성으로 침입할 기회를 노리다, 세르반느를 볼모로 잡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투명한 눈빛에 포로가 된 그는 처음 의도와는 달리 스스로를 위험 속으로 몰아넣게 되고, 오랜 증오가 빚어낸 보이지 않는 음모는 끊임없이 뒤틀린 죄악의 씨앗을 잉태하여 그들의 사랑을 시험하는데......
review:
카인과 아벨같은 형제와 그 틈바구니에 낀 여인. 납치, 복수, 음모가 난무하는 치밀한 구성. 한 마디로 서사적(敍事的)인 작품입니다. 장편이긴 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은 등장인물들의 성격묘사와 행동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으며, 끝 부분에 착한 이들의 죽음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로맨스의 정공법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간시기가 조금 나빴던 것 같습니다. 테레사 메디로우즈의 《순백의 신부(원제: Charming the prince)》와 엘리자베스 로웰의 《바람의 계곡(원제: Reckless love)》에 치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소설은 느긋한 시간에 다른 작품의 여운이 남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읽으면 푹 빠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반면에 의도적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읽지 않으면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사건의 연속이긴 하지만 튀지 않는 대사와 작가가 배경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줄거리의 맥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Under the desert moon 1992 가시나무 사랑(영언문화사, 2001)
10년 전의 악몽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오브리 블루는 마침내 저주받은 운명을 거부하며 끔찍했던 과거의 그곳으로 돌아간다. 새침한 노처녀 교사로 변장한 그녀의 이면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열정, 무모함, 그리고 복수의 불길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툼한 돋보기 안경에 가려진 그녀의 푸른 눈을 본 이후 막무가내로 소유욕을 불태우는 대담한 카우보이를 제외하고는.
크리스천 맥브라이드는 억울하게 감옥에서 허비해야 했던 5년이라는 세월을 정의의 이름으로 되돌리려 한다. 우트족 전사, 선섀도와 나란히 서부로 향하는 그에게는 황량한 사막과 그곳에 숨은 위험이 오히려 익숙하며, 역마차에서 우연히 만난 신비로운 여인에게 빼앗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차라리 더 난감하다. 더욱이 그 여인의 베일이 하나하나 벗겨지면서 그는 예기치 않게 위험한 파도에 함께 휩쓸리게 되는데…….
review:
'마샤 캔험은 암시와 복선이라는 소설적 플롯에 있어서 최고가 아닐까?' 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작품에 수수께끼를 포함시키는 그녀의 능력이 유감 없이 발휘된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양파'같은 책입니다. 하나의 궁금증이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하여 열 명에 가까운 캐릭터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생동감 있게 묘사된 것도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복수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로맨스가 부각되지 못한 점입니다. 평균이상입니다.
PS: 크리스천의 형과 동생의 스토리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Wind and the sea 1986